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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기념사진


평생 지어 오신 농사일 덕에 갑옷 보다 강한 피부를 얻게 되신 할아버님. 혼자 오셨는지 어떤 이유로 일행과 떨어지셨는지, 내려오는 케이블카 안에서 혼자 창 밖을 바라보고 계셨다. 엄마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시다가, 머뭇머뭇 정상에서 5천원을 주고 찍은 사진을 와이셔츠 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주셨다. 사진은 약한 힘으로 두 번 접혀 있었다. 그 속에는 너른 바위에 앉아 태극기를 펼쳐 들고 계신 할아버님의 수줍은 미소가 담겨 있었다. 엄마가 '잘나온 사진을 왜 접어유?'라고 물어보자, 할아버님은 수줍게 웃으시곤 다시 사진을 접어서 와이셔츠 주머니에 넣으셨다. 이 기념사진도 드리고 싶다.


강릉 설악산

Contax T3 / 35mm Sonnar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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