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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통신/하루키 뉴스

하루키 코단샤 문예문고 추천글 - 나의 한 권 <철가면>

일본의 대형 출판사 중 하나인 코단샤에서는 1988년 창간 이래로 수 많은 작품을 문예 문고 형식으로 발간해왔는데요. 그간 약 1,200권의 작품을 번역 출간 했다고 합니다. 올 2월 부터 코단샤 문예 문고에서는 현대 일본 문학을 이끄는 24명의 작가들에게 본인이 꼽는 최고의 문예 문고 한 권을 추천하여 그 작품과 관련한 짧은 글을 소개해 오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4명의 작가, 비평가들이 추천글을 썼네요. 무라카미 하루키, 사토 유, 하스미 시게히코, 무라카미 류이고요. 하루키의 추천 글은 1월 15일 가장 먼저 실렸고, 하루키가 추천한 작품은 19세기 프랑스 작가 포아고베의 작품 <철가면> 입니다. 2002년 나가시마 료조 번역가에 의해 출간되었네요. 하루키의 추천글을 보시죠. 




"이런 것도 있을 수 있는 파워의 굉장한 박력" 나의 한 권 - 포아고베 <철가면>


하루키 코단샤 문예문고 추천 기고글(원문 클릭)



담겨진 내용의 충실함에 비해 주목 받을 기회는 적을지 모르지만, 코단샤 문예 문고의 번역 시리즈는 좀 처럼 그냥 무시해 버리기 쉽지 않은 작품이 많이 포진해 있습니다. 코단샤 출판사의 자세가 기본적으로 배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편집자가 어떤 야심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혹은 단지 출판사의 출판 기준에 충족해서 인지 그 세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정말 모르겠어요.) "이야! 이런 작품이!"라고 외치고 싶어지는 와일드한 작품들이 대낮의 서점 가판대에 줄지어 진열되어 있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큰 기쁨을 안겨 주고 있답니다.


이렇게 "이런 작품이!"라고 하는 가운데 굳이 추천 작품을 하나 꼽아보자면, 역시 <철가면> 입니다. <철가면>이라고 하면, 젊은 독자들에게는 익숙치 않은 작품이겠지만, 제가 어린 시절 소년용으로 재구성된 소설이 인기를 끌기도 했답니다. 피가 끓어오르는 가슴 벅찬 모험 소설이죠. 게다가 이 번역본은 프랑스의 원전에서 완역된 것으로 읽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읽어 보면 알게 되겠지만, 이야기는 꽤나 놀라움의 연속으로 꽤나 술술 잘 써진 작품입니다. 19세기 후반에 쓰여진 이야기이지만, 꽤 잘쓰여졌다고 해야할지, 압도적이라고 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현대 소설의 집필 방식의 귀찮을 수 있는 여러 방식을 깨부수고 찌릿찌릿하게 내달리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있을 수 있는' 파워는 말을 잃게 만들 정도로 굉장한 박력이었습니다. 


어쨌든 읽어 나갈 수록, 10페이지에 한 번 꼴로 "이봐, 설마 이런 우연이 있을리가 없잖아."같은 편리한 서사적인 맞춤이 계속되고, 강한 사람은 끝까지 강하고, 예쁜 여자는 끝까지 예쁘고, 악한 놈은 계속해서 악하기 때문에 어렵거나 의심을 할 필요 없이 어렵게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어쨌든 술술 읽어 나갈 수 있답니다. 현대 소설 처럼 일일이 리얼리티를 검증해 볼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일을 하기엔 시간이 아깝습니다.)


꽤 두꺼운 책이지만, "이런 것도 있을 수 있지!"라고 감탄하면서 순식간에 읽어버리게 될 겁니다. 추천합니다. 또는 "이런 바보같은 책을 읽고 시간을 낭비했다."라고 한탄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지만,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6년 1월,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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