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키 통신/하루키 뉴스

하루키 단편 <헛간을 태우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으로 재탄생

이창동 감독의 새 작품이 드디어 지난 9월 크랭크인 되었습니다. 그의 5번째 작품인 <시>가 지난 2010년 개봉된 이래 무려 7년만입니다. 개봉년도로 치면 8년의 시간이 되겠네요. 지난 두 정권 하에서 제대로된 작품 활동을 해오지 못한 이창동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해 온 작품일 것 같습니다. 각본 만큼은 믿고 보는 감독님이니까요. 원작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983년 단편 <헛간을 태우다> 입니다.


해당 작품이 있는 단편집에 <노르웨이의 숲>의 전신격 단편인 <개똥벌레> 혹은 <반딧불이>가 수록되어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는데요. 그래서 영화 <버닝>이 <노르웨이의 숲>을 원작으로 한다라는 잘못된 정보도 있는 듯 합니다. 저도 <개똥벌레>는 읽어 보았지만, <헛간을 태우다>는 읽어보지 못했었는데요. 이번에 영화 소식을 듣고 바로 읽어 보았답니다. 하루키식 결말과 이야기 전개와 등장인물의 묘사가 하루키 작품을 많이 읽어보신 분들은 크게 낯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짧은 단편이라 어떤 얘기를 하는 걸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랍니다. 



이런 다소 모호한 단편을 이창동 감독은 어떻게 각본으로 재구성했을까요. 이창동 감독이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얘기했듯이 이야기의 모티브만 가져오고 상당히 다른 내용의 영화가 될 것 같고요. (등장인물과 그들의 관계 정도는 동일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청년들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오는 괴리에 대한 좌절, 고통, 연민 등의 다양한 감정이 복잡하게 얽힐 것으로 보입니다. 이창동 감독의 뛰어난 필력, 구성력이 어떻게 영화로 나타날지 정말 기대됩니다. 하루키의 전형적인 서사 구조인 현실과 이상을 넘나드는 패러럴 월드를 가져와서 비현실 같은 현실 속에 있는 현대 대한민국의 젊은이의 자화상을 그려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작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에 대해 잠시 얘기를 해보자면, 이 작품은 하루키가 세번째 장편인 <양을 쫓는 모험>을 통해 쥐 3부작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로서의 행보를 시작하는 시점인 1983년 1월에 발표됩니다. 그리고 작품의 제목 <헛간을 태우다>는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윌리엄 포크너의 <Barn Burning>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영어 번역을 하면 <축사를 태우다>라고 일본에서 번역이 되었지만,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에서 주인공이 공항에서 포크너의 단편을 읽고 있었다라는 묘사가 나오기도 합니다. 후에 하루키는 이런 윌리엄 포크너의 영향에 대한 비평가들의 언급에 포크너의 단편을 읽은 적이 없다고 했었고요. 그리고 그런 논란을 의식했는지, 하루키의 전집 출간시에는 <헛간을 태우다>에서의 포크너의 단편을 읽었다는 묘사를 주간잡지 3권을 읽었다라고 수정하여 출간했답니다. 하루키는 실제로 읽어 보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고 싶어서 단편집에서는 문장을 바꾼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이 프로젝트는 일본 공영방송사인 NHK의 일본 작가의 국제 영화화 프로젝트의 일환이고요. 좋아하는 감독 한 명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이창동 감독을 꼽는 저에게는 너무 기쁜 소식이었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원작과 좋은 각본과 연출 그리고 좋은 배우들의 협업이 잘 이루어져 내년 상반기 최고의 영화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fin.

반응형